장링허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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逐玉 축옥 원작소설 제5장

제 5장 관아로 가는 길 북풍이 가는 눈을 몰아치고 있었고,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큰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목을 움츠린 채 손을 소매 속에 넣고 있었지만, 번장옥은 검은 쇠몸의 뼈 칼 하나를 손에 든 채 손등에 핏줄이 불거지도록 힘을 주고 눈보라 속을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성 서쪽 골목 어귀에는 벌써 구경꾼들이 몰려 있었다.  욕설 소리, 부수는 소리, 말리는 소리, 아이 울음소리가 한데 뒤섞여 있었다. 누군가 눈썰미 좋게 번장옥을 보고 외쳤다. “장옥이가 돌아왔다!” 그런데 그녀 손에 들린 뼈칼을 보자 모두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설마 장옥이 저 애가 큰아버지랑 칼부림까지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야 번대가 사람이 아니지. 번이우 부부 시신이 식기도 전에 조카딸 집과 땅을 자기 도박빚 메우는 데 쓰려고 드니, 밤에 꿈에 번이우 부부가 찾아오지 않을까 무섭지도 않은가…” “도박장 놈들이 어디 보통 놈들이야. 장옥이 혼자 칼 하나 들었다고 겁먹고 물러설 사람들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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逐玉 축옥 원작소설 제4장

제 4장 번장옥은 소쿠리 하나를 찾아 향이 진하게 밴 돼지 내장을 건져 올려 물기를 뺐다. 양념 향과 고기 향이 어우러진 정도가 딱 알맞았고, 졸아든 빛깔도 무척 먹음직스러웠다. 낮에 숙육 가게들에서 보았던 것들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장녕은 부엌 아궁이 쪽으로 몸을 쭉 빼며 애타게 들여다보다가, 삶은 것이 전부 내장뿐인 걸 보고 조금 실망했다. “돼지귀는 없어…” 장녕은 돼지귀를 좋아했다. 번장옥은 젓가락으로 돼지 대창과 돼지 위를 가볍게 콕 찔러보았다. 힘 하나 들이지 않아도 구멍이 날 만큼 푹 무르고 간이 잘 배어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오늘 밤은 곱창 국수 먹고, 내일은 돼지귀 삶아줄게.” 그러자 장녕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아궁이 불이 한창 좋을 때를 놓치지 않고, 번장옥은 양념국물을 먼저 덜어낸 뒤 솥을 깨끗이 씻고 다시 물을 올렸다. 그리고 다섯 사람 몫의 면을 넉넉히 삶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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逐玉 축옥 원작소설 제3장

제 3장 다음 날 아침, 번장옥은 장령을 조 아주머니 집에 맡기고, 품속에 삼백여 문과 은비녀 하나를 넣어 들고 집을 나섰다. 그 비녀는 그녀가 계례를 치르던 해에 부모가 사준 것으로, 무려 은 두 냥이 넘게 들었던 물건이었다. 이 비녀를 전당포에 맡기면 돼지를 살 돈은 마련할 수 있을 터였다. 전당포에 들어갔지만, 점포 주인은 그녀의 비녀를 들고 한참이나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보더니 손가락 세 개를 내밀었다. “삼백 문.” 번장옥은 숨이 턱 막힐 뻔했다. “이 비녀 순은이에요. 고작 삼백 문이라고요?” 점포 주인이 말했다. “은이긴 해도 무게가 가볍고, 모양도 유행이 지났지. 집안 사정이 어려운 건 알겠는데… 그래, 내가 오백문까지는 쳐 주겠네. 그 이상은 안 돼.” 번장옥이 단호하게 말했다. “한 냥이요. 한 푼이라도 덜이면 안 맡겨요.” 점포 주인은 비녀를 탁자 위에 툭 던지며 말했다. “그럼 가져가시오.” 번장옥은 이 비녀를 맡겨야 돼지를 살 수 있었기에 기대하고 왔지만, 이렇게까지 값을 깎아버릴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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逐玉 축옥 원작소설 제2장

제 2장 촛불이 일렁이며 허름하고 낡은 방 안에 따뜻한 빛을 얹고 있었다. 침상 위의 사람은 조용히 누워 있었다. 피와 때를 닦아낸 그 얼굴은 창백하면서도 수려했고, 놀라울 만큼 잘생겼다. 보아하니 아직 꽤 젊었다. 몸은 마른 편이었지만 결코 왜소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지금은 다시 잠든 상태였다. 긴 속눈썹이 눈꺼풀 위를 덮고 있어 등불 아래 부채꼴 그림자를 만들었고, 콧날은 높고 반듯했다. 갈라진 얇은 입술은 잠든 와중에도 꼭 다물려 있어, 보기만 해도 꽤 고집스러운 성정일 것 같았다. 이런 얼굴에 온몸 가득 상처를 입은 모습이 더해지니, 마치 혹독한 겨울 서리에 가지가 꺾였어도 끝끝내 꼿꼿함을 잃지 않는 소나무 같기도 했고, 돌껍질에 싸인 채 여기저기 쪼여 상처 입은 옥덩이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불이 눈을 비춘 탓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 시선을 받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 남자의 속눈썹이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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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정

逐玉 축옥 원작소설 제1장

제 1장 음력 섣달, 눈이 내리고 있었다. 뜰 한가운데에는 끓는 물이 가득 담긴 큰 가마솥이 놓여 있었는데,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들은 솥에 닿기도 전에 김에 녹아 사라졌다. 바닥에 쌓인 눈은 이미 사람들의 발에 밟혀 질척한 진흙처럼 변해 있었다. 가마솥 옆에는 널판문을 받침대 위에 얹어 임시 도마로 쓰고 있었고, 그 위에는 반 토막 난 돼지 사체가 놓여 있었다. 번장옥은 식칼을 번쩍 들어 올렸다가 단숨에 내려쳐 돼지 뒷다리 하나를 잘라 냈다.  도마가 크게 흔들리며 뼛조각과 고기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녀 손에 들린 칼은 등 부분이 두껍고 넓었으며, 전체는 검은색이었지만 칼날 만은 눈처럼 새하얗게 빛나 한눈에 보기에도 날카로웠다. 도마 옆에는 가죽을 벗기는 칼과 뼈를 발라내는 칼이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모두 같은 세트였다. 오늘은 진가에서 설맞이 돼지를 잡는 날이라 이웃과 친척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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